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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림일기

2003년 2월18일, 중앙로를 기억한다

케이블방송 근무시절 방송프로그램 녹화도중 걸려온 한 통의 전화.
달려가 마주친 중앙로의 모습은 영화 속 한 장면과 다름없었다.
정신이 아득해지는 사이렌소리와 시커먼 연기는 우리 머리 위를 뒤덮었다.
비틀거리는 소방관, 
검은 연기와 함께 힌 천에 쌓여 줄줄이 올라오는 들것.

계단 아래 그 세상은
내가 이 세상과 마지막 작별할때까지 한번도 보지못했을 그런 광경.
바닥에 고인 물이 뜨거워 내 신발 속으로 스며들고
모든 것을 삼켜버린 후 남은 불내는 내 머리칼이며 옷에 온 몸에 배어버렸다.
다 타버리고 하얗게 남은 뼈 조각, 
취재한답시고 어느 방송사 기자가 밟아 힘없이 바스라져 가루가 되어버린.
누구의 팔목이었을까
매년 추모식에 참석해 한 송이 국화를 올리며 대신 용서를 빌었다.

아직도 그 날이 오면 내게선 불내가 나는 듯 하다.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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